와온 해변 옆 2만 평, 1만여 종의 화초 ‘장관’
유병천 씨의 10여 년 세월 묻어있는 민간 정원
무료입장으로 적자 폭 늘어 지자체 관심 가져야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 와온해변에 있는 ‘순천만가야정원’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포토존.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 와온해변에 있는 ‘순천만가야정원’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포토존.

[한국농어촌방송=권동현 기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며 전남 순천시가 ‘정원의 도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푸른 잔디를 입혀 광장으로 만든 그린아일랜드와 축구장 12개 면적에 달하는 오천그린광장, 식물극장‧빙하정원‧햇빛정원 등이 숨어있는 시크릿 가든 등이 인기를 끌며 개막 80일을 앞 둔 시점에 500만 명의 관람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순천은 ‘도시가 아니라 정원입니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시내 곳곳이 푸르른 잔디와 수목, 화려한 꽃들로 조성돼 있습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이 해룡면 농주리 와온해변에 있는 ‘순천만 가야정원’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큰 정원’이라면 이곳은 그 곳을 축소해 놓은 ‘작은 정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와온 해변 옆 2만 평 규모에 형형색색의 꽃들과 나무, 조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평일에는 평균 400여 명, 휴일에는 1,000여 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다 하니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된 셈입니다.

2014년부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순천만 가야정원'을 손수 일군 유병천 씨.
2014년부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순천만 가야정원'을 손수 일군 유병천 씨.

이곳은 갯벌과 갈대 위에 내리우는 석양에 취해 투자를 시작한 유병천 씨의 10년 가까운 세월과 정성이 묻어 있습니다. 2014년부터 폐염전 위에 흙을 붓고 굴삭기로 바위를 옮기며 1만여 종의 화초를 손수 심었습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병원에 입원한 며칠을 빼고는 1년 365일 이곳에 있었다”는 말처럼 유 씨의 피땀으로 맺어진 정원입니다.

곳곳에 여름을 대표하는 꽃무리가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분홍색 낮달맞이꽃, 하얀색 샤스타데이지, 노란색의 금계국, 남색의 비올라꽃, 빨강 양귀비 등이 추억을 남기고자 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 줍니다. 수줍은 듯 앙증맞은 꽃봉오리를 머금은 조그만 연못 위에는 예쁜 돌다리가 있어 출사객들을 반깁니다. 관람객들은 초승달 모양의 포토존과 야자나무 사이의 벤치, 흔들흔들 그네의자에서 추억 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조그만 언덕 위의 평상쉼터에서는 모녀가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평상을 놓아 둔 쉼터에서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평상을 놓아 둔 쉼터에서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꽃이 좋아, 자연이 좋아 시작한 정원 조성이지만 시련과 고통도 많았습니다. 이곳에 정원을 조성하며 수차례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대부분 승소하거나 취하로 마무리됐지만 6년여의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원상복구라는 명분으로 오랜 기간 공사한 일부 구간을 파내거나 허물기도 했습니다.

가야정원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그러다보니 경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재를 털어 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다 보니 점차 재정적인 압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마땅한 수입구조가 없는 상태에서 '유료'로 전환하라는 권유도 많지만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한 사람이라도 더 즐기게 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개인이 조성한 민간정원이기에 정부나 지자체에서의 지원은 한 푼도 없습니다. 하지만 수익사업이 아닌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하기에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관리하기에는 재정적으로도, 노동의 측면에서도 규모가 너무 큽니다. 개인이 평생 모은 사재를 투자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발전시켜 놓았다면 이제는 공적인 영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수줍은 듯 앙증맞은 꽃봉오리를 머금은 조그만 연못 위의 예쁜 돌다리가 출사객을 반깁니다.
수줍은 듯 앙증맞은 꽃봉오리를 머금은 조그만 연못 위의 예쁜 돌다리가 출사객을 반깁니다.

가야정원은 월 1만5,000여 명, 연 18만여 명이 찾는 곳입니다. 순천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관람객입니다. 바로 옆에는 남도삼백리길이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나있고 칠면초 넓게 펼쳐진 갯벌에는 칠게들이, 하늘에는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는 곳입니다. 이곳 와온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잘 관리돼서 보다 많은 관람객이 찾는 힐링공간으로, 순천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오래도록 유지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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