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류형 댐으로 설계, 감사원 홍수 조절 부적합 판정
2020년 폭우로 침수‧대피‧고립, 46억 여 원 피해
지난 7월 집중호우 시 만수위 넘어서 불안에 떨어야

수문이 없는 월류형 댐으로 집중호우시 붕괴 등 큰 피해가 우려되는 화순군 동복댐.
수문이 없는 월류형 댐으로 집중호우시 붕괴 등 큰 피해가 우려되는 화순군 동복댐.

[한국농어촌방송=권동현 기자] 전남 화순군 동복댐 주변 주민들이 댐 관리권한을 가지고 있는 광주광역시에 붕괴위험 및 홍수 피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동복댐 주변 주민들은 친지집이나 마을회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집중호우로 동복댐이 만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이날 동복댐 수위는 정오께 만수위인 168.2m를 넘어섰습니다. 오후 6시에 168.75m를 기록하고 계속 상승하다 다음날 새벽 1시를 넘어서며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해 주민들은 그제서야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1971년에 준공된 동복댐은 수문이 없어 물이 차면 넘칠 수밖에 없는 월류형 댐으로 설계됐습니다. 2004년 감사원의 홍수조절 부적합 판정을 받고 상부에 4개의 전도게이트가 설치됐지만 이는 1억 톤의 수량 중 6%에도 미치지 못하는 586만 톤 정도를 조절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부에는 갈수기 농업용수나 하천유지수 방류를 위한 직경 1,500㎜ 관로가 있는데, 이는 시간당 최대 7만 4,000톤 정도를 방류할 수 있어 홍수를 조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제 2020년 8월 7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수위가 171.12m에 도달하며 붕괴 직전에 이르자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초당 최대 828톤, 하루 5,300만 톤을 방류했습니다. 

이로 인해 댐 하류가 범람하고 둑이 무너지며 350여 농가의 벼와 과수 247㏊가 침수되고 46억여 원의 경제적 피해를 봤습니다. 하류지역 주민들은 일시에 들이닥친 하천물로 인해 고립되거나 긴급대피를 했으며, 주요 도로와 다리 등이 침수되고 유실됐습니다.

망연자실했던 3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주민들은 수문 설치를 비롯한 대책마련을 광주시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화순군의회는 군민들의 불안해소와 안전보장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골자로 하는 ‘화순군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동복댐의 개폐식 수문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광주시와 광주시의회에 전달했습니다.

윤영민 전 화순군의회 부의장은 “동복댐은 홍수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며 “자연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인재에 대비하라고 신호를 보내도 행정은 비용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고 광주시를 직격했습니다.

이어 “이제 최소한 수문이라도 만들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며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광주시에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면 새로운 수원을 찾고 동복댐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수해 이후 실시한 수문 설치 관련 용역 결과에 따르면 별도로 수문을 설치할 필요는 없고 홍수기 때 제한수위를 유지하면 충분할 것 같다”며 “지난 7월에도 수위를 많이 낮춰 안정적으로 운영한 결과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동복댐은 1973년 5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두 차례의 증축을 거쳐 현재 저수용량 9,900만 톤 규모로 자리 잡았습니다. 위치는 화순군이지만 광주광역시 56만 세대가 이곳의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관리권도 광주시가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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