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수입한 계란은 언제 생산됐는지 모른다"
"전 세계에서 난각번호를 찍는 곳은 한국뿐"

지난 7월 한국농어촌방송과 만나 인터뷰한 김양길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장원용 기자]
지난 7월 한국농어촌방송과 만나 인터뷰한 김양길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장원용 기자]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김양길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계란자조금) 위원장이 “계란 농가 생존을 위해 정부는 현실에 맞는 생산비를 보장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5일 한국농어촌방송과 만난 그는 “사룟값, 인건비, 포장비 등 부대비용은 상승하지만, 정부에서는 계란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에만 초점을 두고 가격을 규제하고 있다”며 “계란을 외상으로 넘기고 한 달 뒤에 돈을 받는 후장기 제도는 어디에도 없는 거래 방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내 계란에는 껍데기에 생산날짜가 찍혀 유통기한이 분명한 한편, 수입한 계란은 언제 생산됐는지 모른다”며 “정부는 계란 수입 시 농가와 시기와 양 등을 협의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계란자조금위원회 소개 부탁드린다.

▲ 계란자조금은 2009년부터 의무자조금으로 시작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자조금 규모는 총 28억 원 정도다. 주요 사업으로는 수급안정, 소비홍보, 교육과 정보 제공 등이 있고, 농가들끼리 정보 교환도 돕는다. 보통 수급안정에 집중돼 있다. 

- 국내 계란농가 규모는 얼마나 되나?

▲ 2021년 말 기준 약 1200농가다. 2000년대에는 약 3000농가였는데, 그동안 농가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 각종 규제를 비롯해 생산비를 포함한 제 가격 형성이 안 되고, 환경 문제 등으로 농가 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반면 살아남은 농가들은 대규모화되는 추세다.

- 계란 제 가격 형성이 안 된다는 게 무엇인지? 

▲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룟값이 80~90% 올랐다. 가령 전쟁 이전에는 사룟값이 kg당 300~400원인데, 현재는 600~650원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사룟값 300원이던 시절의 계란 가격을 유지하라고 방침을 내렸고, 소비자들 요구도 있었다. 그동안 인건비도 올랐고, 2018년 이후에는 계란에 산란일자를 찍고 이력제를 하고 식용란선별포장업(이하 포장업)도 해서 부대 비용은 계속 많이 들어간다. 정부에서는 '계란 가격이 3~4년 전보다 몇 퍼센트 올랐다' 이렇게 말하지만 이는 생산비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농가에서 버틸 수가 없다.

- 그럼 현재 계란 농가가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 가격 문제도 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 체제가 온라인으로 바뀌게 됐다. 없던 포장업도 생겨서 여기에 비용도 부가된다. 이중 규제도 문제다. 난각번호에는 산란일자와 농장 코드번호까지 다 들어있다. 이력제 없어도 계란 하나만 보면 어디서 생산했고 언제 출하가 됐는지 등을 다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력제를 따로 또 해야 한다. 

농장에 상인이 오면 그 상인한테만 100% 판매할 수 없다. 다른 상인도 있고, 마트 등에 납품될 수도 있는데 그 출하처를 하나하나 전부 기록해서 납부해야 한다. 이력제를 하게 되면 인건비가 그만큼 또 상승하고, 특히 고령화된 우리 농가 중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곳은 자동으로 폐업할 수밖에 없다. 가령 소와 돼지는 농가가 도축장에서 도축하면 그걸로 끝이지 않나. 계란은 생산, 판매 후 소비자 식탁에 오를 때까지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2중, 3중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 국내 계란 소비량은 어느 정도 되나?

▲ 지난해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81개 정도다. 2018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급격히 소비량이 줄었다. 2018~2019년 당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20개 정도였다. 사실 계란은 싸면서도 영양소를 갖춘 살아있는 식품이지 않나. 이후 자조금과 농가들이 ‘삼시 세끼 계란’ 소비 홍보를 하는 등 노력해서 소비량을 늘렸다. 올해는 300개 가까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 안정적 계란 공급과 가격 정상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 유통 구조를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 지금 같은 유통 구조는 생산자가 정말 힘든 구조다. 1일부터 30일까지 상인들이 물건을 가져가서 판 후에 수입을 내고 남은 금액에 대해 (농가들에) 얼마를 받으라고 통보하는 후장기 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다. 내 물건을 줬으면 돈을 바로 받아야 하는데, 한 달 동안 외상 거래를 하고 나중에 가격이 정해지는 이 제도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 아까 말했듯 원가가 많이 올랐다. 사룟값, 인건비, 물류비가 인상되면 당연히 생산가가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계란값은 어느 정도 고정해 놓고 그 이상 가격을 올리면 수입해 버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할 때 미국은 3개월 동안 (계란)수입을 하나도 안 했다. 한국은 AI가 터지니까 수입을 먼저 해버렸다. 오히려 작년 구정 때는 가격이 평년보다 10% 떨어졌다. 한국 계란은 품질도 정말 우수하고, 난각번호 때문에 생산날짜도 알 수 있다. 소비자가 외국산 계란을 안 먹으니 결국 다 폐기 처분됐다. 국고가 손실된 거다. 

농업 정책은 생산자를 보호하면서 진행해야 하는데 무조건 물가에만 비중을 둬 국고를 손실한다. 우리 농민이 적자 보고 폐업하고 농가 수가 줄어드는 이런 상황은 돌보지도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농가는 상생관계가 돼서 농식품부는 농가를 좀 보호해야 하는데, 규제하고 관리 감독만 하는 체제로 변해가 안타깝다.  

- 올해도 고병원성 AI 유행 당시 정부에서 미국·스페인산 계란을 대규모 수입했다. 농가와 위원회에서는 어떻게 지켜보는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계속 수입될까?

▲ 아무리 AI가 발생해도 생리적으로 뒷닭이 자라기 때문에 3개월 후면 금방 정상화된다. 그런데 그 순간을 못 참아서 정부에서는 이렇게 계란을 수입한다. 농가들 얘기도 좀 듣고 미래지향적으로 타협해서 국고 손실도 막고 농가도 살려야 한다. 계란을 수입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 국민을 위해서 (수입을) 하는 건데, 그걸 적절하게 해야 하고 시기도 맞춰서 해야 한다는 얘기다. AI 나왔다고 하니까 무조건 물어보지도 않고 수입만 해서 결국 못 팔고 폐기 처분하는 상황을 막자는 거다. 농가는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공무원 몇 분이 생각하는 게 다 맞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은 농가들 어려움만 가중한다. 

- 원가 상승과 관련해 현재 정부와 논의하는 부분이 있나? 

▲ 그것도 굉장히 편차가 있다. 농가에서 생각하는 원가와 정부에서 생각하는 원가가 다르다. 금액적으로 얘기하자면, 농가가 사료비, 인건비, 물류비 상승을 반영해 계산하면 원가가 163원이 나온다. 정부에서는 어느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모르겠는데 130원이라고 한다. 상당히 큰 차이다. 

이러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대한산란계협회가 생겼다. 원래 양계협회 안에서 종계·육계·산란계 등 같이 하다가 더 전문성 있는 협회로 거듭나고자 올해 1월 8일부터 산란계협회로 독립했다.

마트에서 계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마트에서 계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 지난 7월부터 ‘도계장 수납’으로 거출 방법이 바뀌었다. 바뀐 배경은 무엇인가?

▲ 2018년 전에도 도계장에서 거출해서 자조금을 운영했었다. 그 당시 거출률이 80~85%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 뒤로 성계 값을 못 받게 됐고, 거기서 자조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농가 재정이)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농가에서 도계 비용을 내고 또 자조금까지 내야 하니 바닥이 난 거다.

그래서 2019년부터 각 농가에서 직접 거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해마다 거출금이 굉장히 줄더라. 작년에는 거출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져 버려 정부 보조금을 10원도 못 받았다. 자조금을 운영하기 어려워졌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농가 직접 거출은 어렵겠구나 싶어 작년부터 다시 농가들과 협의했다. 도계장들과도 지난 6월 8일에 협약을 맺고 이전처럼 같이 협력하기로 했다. 

- 자조금 거출률이 50% 미만이라 정부 보조금을 못 받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 자조금법에는 정부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거출률에 비례해서 보조금을 주게 되어 있다. 거출률 얼마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그러나 정부 기관 담당자가 자기 기준을 대면서 거출률 목표를 채우지 않으면 보조금을 못 준다고 해버리니 우리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작년에 (보조금) 단 10원도 못 받았다.

- 국내산 계란 품질이 좋다고 했다. 외국산과 비교하면 어떤가?

▲ 우리는 2018년 이후부터 난각에 생산날짜를 적는다. 몇 월 며칠에 생산했는지 아니까 유통기한이 분명하다. 보통 40~45일로 잡는다. 하지만 외국에서 수입한 계란은 언제 생산됐는지 모른다. 유통기한에 근거를 둘 수가 없다. 자체 조사 결과 전 세계에서 난각번호를 찍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또 우리는 계란을 세척하고 코팅해서 하절기에는 15도 이하로 보관해 납품, 유통한다. 외국 계란, 특히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도 이런 시스템은 없다. 

- 한국 계란, 수출 가능할까?

▲ 현재 캄보디아, 홍콩, 두바이 등에 수출하고 있다. 양은 얼마 안 되지만 미국과 대만도 수출길을 열어둔 상태다. 

수출 확대 계획은 당장은 없다. 단가가 문제다. 계란 가격은 동남아 등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비슷한데, 물류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조금이나 정부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해준다면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 계란자조금의 ‘알닭’과 ‘에그몰’은 어떤 사업인가?

▲ 알닭은 산란성계를 활용한 레시피, 구매처, 맛집 등을 소개하는 사업이다. 1년에 산란성계 약 4000만 수를 도계한다. 그중 약 80%, 3200만 수는 베트남으로 수출한다. 그러나 수출은 언제 어떠한 사고가 생길지 모르니 미리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약 3년 전부터 제주도 지역부터 시작해서 닭곰탕 등 성계를 재료로 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평택에 가면 알닭으로 찜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로 국내 알닭 소비를 촉진하고자 한다. 

에그몰은 소비자들이 신선하고 품질 좋은 계란을 생산 농가에서 직접 배달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업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물량을 확보해서 소비를 늘려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 사무실을 충북 오송 대한산란계협회 사무실로 이전한다고 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앞서 말했듯 자조금 거출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았나. 농가와 가까운 지역으로 옮김으로써 농가 참여율도 높이고, 농식품부와 최근 출범한 산란계 협회도 충북 오송에 자리를 잡았으니 우리도 그쪽으로 가자고 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정됐다.

물론 단점도 많다. 서울·경기가 주 소비처이고, 직원들도 수도권에 거주한다. 다른 자조금관리위원회도 전부 서울에 자리잡고 있어 (사무실 이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농가들을 설득해 거출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것이니, 앞으로 더 조율해서 타당성을 갖추려고 한다. TF팀을 만들어 시기와 날짜, 경비 등을 논의하고 내년 3월까지는 절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정부에 더 바라는 점은?

▲ 유통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 한 달 동안 외상으로 계란을 넘기고 가격을 상인이 정해  추후에 얼마를 주는 이런 유통 구조는 어느 품목에 관해서도, 어느 센터에서도 있을 수 없는 거래 방식이다. 사료도 외상 사료, 선불 사료, 직거래 현금 사료 등 가격도 다 다른데, 한 달 후에 가격을 정해 결산하는 방식은 정말 바뀌어야 한다. 

생산비를 정부에서 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룟값, 인건비 등 부대경비를 원가에 고려해 생산비로 보장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전년도 가격이 얼마인지, 평년 가격이 얼마인지만 보고 규제하고 있다. 현실에 맞게 가격이 정해져야 한다. 

해외 계란을 수입하기 전에도 협의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는 해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나. 계란 수입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수입하더라도 시기와 양 등을 생산자와 협의, 조절해서 생산자도 살 수 있게끔 맞춰주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양계를 한 지 40년이 넘었다. 1980년대 처음 양계를 시작했을 때는 우리 양계 농가가 3000여 개였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5분의 1로 줄었다. 이해타산이 안 맞고, 잉여가 안 나기 때문에 자동으로 농가 수가 줄어든 것이다. 농가도 현대화되고, 소규모 농가에서 대규모, 기업 농가로 많이 바뀌기도 했다. 

생산자들이 우리 업에 자신을 갖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으려면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소득을 공제해 주는 기본 마릿수를 15년 전 1만 5000수로 정했다. 현재는 다른 축종 기본 마릿수는 늘었는데, 우리는 똑같이 1만 5000수다. 국민 소득도 올랐는데, 우리 기본 마릿수도 5만 수 정도는 해줘야 한다. 이처럼 모든 규제가 현실에 맞게끔 정부에서 조정을 해주면 좋겠다. 

우리 농가들도 옛날 주먹구구식으로 했던 경영을 이제는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등 탈바꿈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산란계 산업은 규제보다 협력하면서 나아가는 체제로 전환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