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국농어촌방송=김도하 기자] 앞으로 은행지주와 은행들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승계계획을 문서화해야 한다. 승계절차는 전임자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시작돼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지주·은행(이하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및 감시 기능 미흡,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 부족 등으로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은행의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를 통한 성장을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지난 7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범관행 수립을 논의해왔다.

모범관행에는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 ,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 4개 주요 테마에 대해 국제기준, 해외사례, 국내 모범사례를 종합해 30개 핵심원칙이 담겼다.

우선 이사회의 충실한 업무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사외이사 전담 진원조직을 이사회 산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고 충분한 인력을 배치한다.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회의자료를 최소 7일 전까지 조기 송부해 충분한 안건 검토시간을 보장하고,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간담회도 적극 활용하게 했다.

은행은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해 상시후보군 관리 등에 활용해야 하며, 목표비율 운영 등을 통한 전문성·다양성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사외이사 수도 늘려야 한다.

사외이사 선임시엔 CEO와의 친분 및 학연,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보다 엄격하게 자격을 검증해야 한다. 상시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사외이사를 선임시엔 사유 및 추천자를 명확히 기재해 공시한다.

사외이사 임기를 기본 2년으로 부여한 뒤 1년씩 연장하는 형태의 획일적인 '2+1' 임기정책도 손질한다. 임기차등화, 재임연한 조정, 일정비율 신규선임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 결정 때는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이사회 활동 평가를 활용하게 된다.

CEO 선임과 관련해선 상시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후임자 선정까지 포괄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10개 핵심원칙이 제시됐다.

상시후보군 선정·관리, CEO 자격요건, 승계절차 개시 및 단계별 절차, 비상승계계획 등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고,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을 'CEO 임기만료 2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당국은 당초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을 '임기만료 6개월 전'으로 앞당긴다는 구상이었으나, 은행들이 "후보들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국은 일단 '3개월 전'으로 운영하되, 향후 경과를 살펴가면서 점차 장기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CEO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하는 원칙이 마련됐다.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CEO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는 등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을 전체 은행권에 공유하고, 은행별로 모범관행 적용 로드맵을 받아 각 은행 특성에 맞는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맞물려 모범관행을 내규에 반영하는 지주·은행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내년 1분기 중 규정을 개정, 모범관행 최종안을 추후 지배구조 관련 감독과 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행장보는 "(모범관행을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적으로 제재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정기검사에서 체크한 뒤 경영실적평가에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 시기와 관련해서는 "(은행 등의) 내규에 반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다. 주총이 보통 내년 3월이니 빨리 하면 내년에 적용이 될 것"이라며 "다만 언제까지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고, 대형 지주사와 지방은행을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으니 로드맵을 받아 판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