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야당의 정치 공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더불어민주당 "유가족 모욕하지 말라, 무책임한 정부에 분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및 거부권 반대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거부권이 의결되자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뉴스1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및 거부권 반대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거부권이 의결되자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농어촌방송=안지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반민주적 입법 폭주와 정치공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무책임한 정부의 적반하장에 분노한다"라고 크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5시간가량 지나 이를 재가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11일 만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취임 후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이다. 

대통령실은 '알립니다'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재가 사실을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메시지 없었다. 대신 정부는 유가족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희생자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의 '10·29참사 피해지원종합대책'을 내놨다. 

'10·29참사 피해지원종합대책'에는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 및 의료비, 간병비 확대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최종심 전 신속한 배상 지원 △추모시설 건립 등이 담겼다.

거부권 행사의 이유와 근거도 정부가 대신 밝혔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번 법안에 따라 특별조사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거부권 행사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한 총리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면서 “여야 간에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 여당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국회의장 중재안”이라며 “아무런 정당성 없는 거부권”이라고 반발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아내의 범죄 의혹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부족해서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민의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다니 참 지독한 대통령"이라며 "재난을 막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지만 윤 대통령은 기본책무를 부정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임 원내대변인은 "한겨울 오체투지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절박한 호소를 끝끝내 외면하고 졸지에 가족을 잃은 참사 유가족조차 품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을 품겠냐"며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배보상 운운하며 유가족을 모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거부권 행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가족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재의요구권 행사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민주적 입법 폭주와 정치공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특별조사위원회에 부여된 강력한 권한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원내대변인은 "특조위 조사위원 11명 중 야권 추천 인사가 7명으로 조사위 구성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의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해 재탕, 삼탕 기획조사의 우려까지 있다"며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해 이를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문제가 많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민주적 입법 폭주와 정치공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며 "지금이라도 재난의 정쟁화를 멈추고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여야의 협상안을 만드는 데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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