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1 '원하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맞벌이 유무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를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늘봄 프로그램을 참관하며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를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늘봄 프로그램을 참관하며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국농어촌방송=안지선 기자]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뒤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원하면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책임져주는 ‘늘봄학교’가 3월 2000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학기에는 전국으로, 2026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5일 경기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9번째 민생토론회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를 개최하고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아침 수업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방과 후·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에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등 신청할 때 우선순위가 있어 일부만 이용할 수 있었던 반면 늘봄교실은 원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 때보다 빠른 오후 1시에 하교하게 된다.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일명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해 이는 사교육비 증가 원인이 돼 왔다. 이런 양육 부담은 학부모 경력 단절로까지 이어지면서 저출생 원인으로 손꼽혀 왔다. 

늘봄학교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려 도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학원으로 계속 데리고 다니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며 "학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마음껏 경제·사회 활동을 하려면 학교 돌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어런츠 케어(부모돌봄)에서 퍼블릭 케어(국가돌봄)로 나아가야 한다"며 "퍼블릭 케어(국가돌봄)를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학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당장 올해 신학기부터 늘봄학교 이용 초1 학생에게 매일 2시간씩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학부모 수요가 높은 체육, 문화·예술, 사회·정서, 창의·과학, 기후·환경 분야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내년에는 2학년에게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학년 이상까지 확대할지는 내년에 결정한다.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위해 교육부는 올해 예산 1조1657억원(전년 대비 4672억원 증액)을 투입한다. 늘봄교실(기존 돌봄교실)을 200개 확충하고, 도서관 등 기존 교내 공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거나 교실을 개방한 교원들에게 연구비 등을 추가 지원한다. 

기존 교원에게 늘봄학교 업무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교무실, 행정실과 분리된 전담조직인 '늘봄지원실'도 설치한다. 교육부는 1학기부터 학교별 늘봄지원실 설치를 추진해 2학기부터는 모든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늘봄학교 전국 확대는 꼭 추진해야 하지만 지역·학교별 여건이 모두 달라 쉽지 않은 과제”라며 “교육부·교육청·학교 등 교육 당국도 노력하겠지만 선생님·학부모·지자체·관련 기관·단체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따른 재원 마련과 전담 인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시행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00여개 학교들은 아직 신청자 취합을 다 하지 못한데다 공간 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과밀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당장 올해 1학기에는 기간제 교원, 2학기에는 공무원, 공무직, 단기계약직, 퇴직 교원 등의 늘봄실무직원을 배치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교원 업무 분리가 어렵고 돌봄전담사들의 업무 과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실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등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담당하게될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교육공무원)들의 반발도 크다. 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공무원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전가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늘봄학교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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