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평택 자연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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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가평의 농협 마트에 들렀다가 배추 가격을 보고 놀랐습니다. 날씨가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와서 배추가 좋지 않을 것 같았지만 강원도 고랭지의 배추는 좀 나을까 하는 생각에 들렀던 것인데, 3포기 한 묶음이 24000원이었습니다. 배추가 속이 실팍하고 싱싱하면 살 생각도 있었는데 세 포기 담아야 김칫통 한 통이나 될 듯 말 듯 보여서 포기하고 알배기 배추를 살까 하고 보니 한 손으로 가뜬하게 들만한 것이 만원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배추가격 오르는 정도는 기삿거리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배추김치를 담는 것은 포기하고 양배추로 김치를 담아 보려고 가격을 보니 제법 묵직해서 1킬로는 넘을 만한 것이 한 통에 2500원이었습니다. 양배추는 다른 채소에 비해 사철 가격이 일정한 편이어서 좋습니다. 양배추 김치를 자주 담아 먹지는 않지만 이렇게 배추가 비쌀 때는 괜찮은 선택입니다. 

양배추 김치를 담는 법은 깍두기를 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단 양배추를 각지게 썰고 소금에 절입니다. 가는 소금을 양배추를 뒤적여 가며 조금씩 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양배추가 한숨 죽으면 다 절여진 것입니다. 그리고 색상과 향을 위해 대파의 녹색 부위와 당근을 양배추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양념은 고춧가루와 새우젓, 마늘, 생강, 깨, 조선간장, 소금, 양파 엑기스를 사용하는데 기호에 따라 변화를 주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춧가루는 너무 붉거나 맵지 않게 조금 사용하고, 양념을 묽게 만들어 약간은 물김치처럼 시원한 맛이 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 절여진 양배추를 물로 씻어 내고 그 위에 준비한 채소를 넣고 양념을 부어주면 완성입니다. 

사진=평택 자연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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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는 단맛이 강해서 여름철에 떨어진 입맛을 돋우어 주고 위와 장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특히 스트레스와 자극적 음식으로 염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위장을 달래는 기능이 탁월합니다. 양배추에서 발견된 ‘비타민 U’라고 불리는 물질은 실제로 위장의 궤양과 염증의 치료제로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글루코시놀레이트와 같은 성분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활성을 억제하여 위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배추에 풍부한 칼슘과 비타민K, 비타민C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피부미용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양배추는 당지수가 매우 낮아 당뇨병 혹은 비만 환자의 경우 포만감을 얻으면서도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는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특히 양배추를 김치로 담가 먹으면 열을 가하지 않고 발효를 시켜, 양배추의 유효성분을 온전히 흡수하게 되는 것은 물론 유산균의 효능도 함께 얻을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양배추를 절이는 과정에서 양배추의 섬유조직이 연해져서 생으로 섭취했을 때보다 위와 장 점막에 대한 자극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여느 해보다 심하게 덥고 비도 많이 내린 이번 여름도 시원한 양배추 김치에 소면을 말아 먹다 보면 어느새 물러나고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올 것입니다.

*이 칼럼은 평택 자연방한의원 조성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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