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V스페셜 - 영광 법성포 통기타 음악회를 가다 1부]

[한국농어촌방송=노하빈 기자]슬픔 어린 칠산 바다 절벽을 따라 그림 같은 길로 올라갑니다.
동해안의 반듯하고 탁 트인 도로와 다르게 구불구불, 서해안의 역경이 그려진 백수 해안도로입니다.
해안도로 옆에 이름 없는 작은 섬. 위에서 들여다보면, 한반도가 뒤집힌 모양인데요. 아무나 보지 못하게 숨겨놓은 보물로 다가옵니다.
영광의 갯벌은 겨울이면 바닷물에 거의 다 씻겨 나갔다가 봄이 되면 차오르기 시작해 여름에는 두터운 층을 이룹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매년 새롭게 생성되는 살아 있는 갯벌입니다. 
영광의 서쪽 해안에 자리한 법성포, 영광 굴비의 진원지는 바로 이 곳입니다.
‘법성포 영광 굴비 마을’ 이라고 따로 이름 붙여질 정도이죠.
영광 법성포 굴비가 유명한 이유는 법성포만의 특유한 지리적 기상 요건과 영광 천일염을 사용한 독특한 염장 기법, 서해 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에 해풍에 건조했기 때문입니다.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이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바로 수산시장 경매를 위해서입니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구매자들은 경매 낙찰을 위해 저마다 현란한 수신호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아침을 깨우는 제철 생선들의 향연에, 새벽의 추위도 잊은 채 경매 현장의 열기는 더해져 갑니다.
누가 먼저 채어갈까 초초해 하면서도 때로는 서로 눈치만 살피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경매 진행에 혹시라도 빠진 물건은 없는지 열심히 노트를 뒤적이며 현재 상황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주인을 찾아가는 수산물들.
물건들이 모두 낙점되고, 판매자들이 낙찰된 물건에 혹여 문제는 없는지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나면  경매의 모든 과정이 비로소 끝이 납니다.
어디를 가나 굴비를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말려서 바로 판매하는 직판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렇게 굴비를 보다보니 굴비의 유래가 궁금해지는데요.
이자겸은 말린 조기를 보내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屈) 않겠다(非)는 의미의 ‘굴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연 많은 조기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입맛을 유혹하고 바다마을은 조기가 모여드는 날을 기다리며 다시 돌아올 풍요로운 시절을 꿈꿉니다.
이 법성포의 지명에는 백제 불교의 중요한 역사가 담겨져 있습니다. 백제 침류왕 원년, 고승 마라난타가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항구라 하여 법성포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384년 백제 침류왕 때 인도의 스님 마라난타는 중국의 진나라에서 배를 타고 불교를 전하러 이곳 포구에 도착했는데요. 해동고승전에 스님에 대한 기록을 보면 신통한 힘이 있어 모든 일을 해내고 그 능력을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침류왕은 마라난타 스님을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백제의 불교가 시작됐습니다.


법성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모악산 아래에는 마라난타가 세웠다는 불갑사가 있습니다. 
백제에서 첫 번째로 지어졌다는 뜻의 불갑사, 모악산이 품고 있는 1000년도 넘은 오래된 사찰인데요. 양지바른 곳에 내려앉아 이 땅에 널리 불법을 전하고 으뜸가는 절의 역할을 오늘까지 다하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영광에서는 계절마다 풍요로운 축제들이 열립니다.
조선 중기부터 시작돼 무려 5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서 깊은 민속 축제, 영광법성포단오제는 자연과 전통이 함께 어우러진 행사입니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 123호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죠.
법성포단오제는 1989년 5월에 처음 시작하여 영광 굴비 아가씨 선발 대회와 함께 거행됐습니다.
법성포단오제의 핵심 내용은 풍어를 기원하는 산신제, 당산제, 용왕제, 국악경연대회, 민속 문화행사입니다.
이 밖에 국가대표 브랜드인 영광 법성포 굴비의 진수를 맛보는 ‘곡우사리 영광굴비축제’도 영광을 빛내주는 흥겨운 축제들입니다.

[CTV스페셜 - 영광 법성포 통기타 음악회를 가다 1부]

3월 8일 금요일, 
법성면 커뮤니티센터에서 흥겨운 통기타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이 곳의 불은 늦은 시간까지 꺼질 줄 모릅니다. 
집중해서 통기타를 연주하는 이 분들은 바로 법성포 통기타 동호회 ‘메아리’ 회원들입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하는 이유는 바로 다음 날 있을 공연을 위해섭니다.
같은 시각, 이제 통기타 소리와 함께 발라드를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노래 실력이 대단합니다.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합주. 부녀의 다정함이 느껴집니다.
메아리 회원들은 한 동네에 사는 이웃 주민이기도 합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님, 멀리 중국에서 이 곳 영광으로 시집온 중국인까지.
각자 직업은 다르지만 같은 목적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019년 봄, 마을 주민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법성면 통기타 동호회 메아리의 작은 음악회.
이들의 작은 음악회가 큰 울림이 되어 영광군 전체에 울려퍼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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