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음식 '주면 안 돼'보다는 '왜 안될까' 먼저 생각해야"
"반려묘 펫푸드 시장 무서운 성장세…반려견 시장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
"영양 가이드라인 중요…유기농·GMO는 부차적인 선택"
[한국농어촌방송=조수아 인턴기자] "반려동물 때문에 100명 중 1명은 싸울 수 있지만, 나머지 99명은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돼요."
한국농어촌방송은 지난 3일 한국펫사료협회 김종복 회장을 만나 대형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 현황을 중점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 회장은 국내 시장 현황에 대해 "앞으로 반려묘 펫푸드 시장이 반려견 펫푸드 시장을 역전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간식 시장 또한 사료 시장을 따라잡을 만큼 무섭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 규제의 제약으로 국내 사료 활성화가 힘들다고 전하면서 "정부는 펫푸드 산업 발전 수준에 맞춰서 어느 정도의 규제가 적절한지를 제공해야하며, 외국에서도 '국내 펫푸드 시장이 이정도는 돼'라는 신뢰를 주는 스탠더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 회장은 한국펫사료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펫박람회인 '케이펫페어(K-PET FAIR)'과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펫 박람회다. 펫 관련 업체들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박람회를 통해) 홍보, 판매를 넘어 바이어와의 상담까지 할 수 있다"며 "펫 트렌드를 한눈에 그리고 한곳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펫사료협회가 하는 일은?
▲ '한국펫사료협회(KPFA)'는 2003년도에 설립된 이후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립허가를 받아 지금까지 20년 정도 유지 중인 순수 민간협회다. 우리 협회가 주로 하는 일은 사료를 제조·수입·유통하고, 펫푸드 관련 업체들의 홍보를 위해 '대한민국펫산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등의 일을 한다. 또한, 반려인들을 위한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도 수행하고, '한국펫푸드연구소'를 통해 사료 자가품질 검사를 대행해 주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 한국펫사료협회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 대학 시절 심품공학과를 전공하기도 했고, 스니커즈·트윅스·M&M'S 등 초콜릿으로 유명한 외국계 기업인 마즈(Mars)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었다. 마즈는 이전부터 크게 초콜릿 사업과 펫푸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자 '로얄캐닌'도 갖고 있는 기업이다 보니 펫푸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 협회를 운영하면서 생긴 애로사항은?
▲ 국내 펫푸드 업체들은 협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협회가 과연 우리 업체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개별 회사가 할 수 없는 영역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협회에서 해결해 주고 채워줘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협회들은 정부가 필요해서 (정부의) 위탁을 받아 만들어진 곳이 많은데 한국펫사료협회는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민간협회이다. 모든 산업 자체가 커지기 위해선 제도, 정책, 문화, 국민 인식 등이 개선돼야 하는데 우리 협회를 통해 개별 업체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 사람 음식을 반려동물에게 줘도 괜찮은가?
▲ 보호자들이 아무런 공부도 안 한 채 막 주면 문제가 되지만, 조금만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사람 음식을 먹여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반려동물 상태에 따라 음식을 골라줄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이 생기면 문제는 없다.
예를 들어,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반려동물에게 주면 안 된다고 많이들 아는데, 주면 안 되는 이유까지는 모른다. 강아지는 대체로 염분을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이 낮기 때문에 사료 외에 염분을 섭취할 필요가 없고, 간이 센 음식을 주면 더더욱 안된다. 또, 강아지가 포도를 섭취하면 안 된다는 상식을 모르는 분들이 없지만, 똑같이 왜 안되는지까지는 모른다. 강아지가 포도를 먹게 되면 신장이 망가져 급성 신부전이 생길 확률이 높다.
이렇듯 무조건 "주면 안 돼"가 아니라 "왜 안될까?"라는 태도를 반려인들이 가져야 되고 따로 공부를 하셨으면 좋겠다. 판단의 근거와 기준을 내가 알고 있으면, 상황에 따라서 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음식을 너무 많이 주게 되면 반려동물 입장에선 바짝 마른 알갱이에 싫증을 느껴 (사료에) 입도 안 댈 수 있다.
- 현재 협회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 앞서 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협회에서 반려인을 대상으로 반려견 영양·건강 관리 코칭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에서 특정 개인의 경험담이나 부족한 근거로 반려동물 건강과 관련된 글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나 반려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모든 분들이 가족 구성원이라고 여기지만, 생태학적·영향학적으로는 사람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반려인들이 제대로 알고 펫사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 현재 전반적인 국내 펫푸드 시장 현황은?
▲ 펫푸드 시장은 크게 '반려견 펫푸드 시장'과 '반려묘 펫푸드 시장'으로 나뉜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다시피 반려견 펫푸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반려묘 펫푸드 시장이 절대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반려묘 수가 매년 20~30% 증가세를 보이면서 반려묘 펫푸드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반려묘 간식 또한 고급화돼 단가와 가치가 동시에 커졌다. 반려묘 시장이 전체 반려동물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고 앞으로 반려견 시장을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 반려견 펫푸드 시장은 이제는 질적 위주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이전에는 펫푸드 중에 반려동물의 주식(主食)을 이루는 '사료'가 펫푸드 시장이 기둥이 이뤘다면, 이제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상호작용이 증가함에 따라 간식의 수요가 무섭게 늘고 있어서 간식 시장의 비중이 사료를 앞서고 있다. 국내 펫푸드 시장이 '이커머스'가 주를 이루는 '펫커머스'라는 특성도 갖고 있다. 아울러,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사료가 국내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국내에서 생산되는 사료가 가치로 봤을 때는 전체 사료 비중의 50%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아직까지 국산 사료보다는 수입 사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 국내 반려동물 산업 자체가 약 2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산업이기 때문에 당연한거다. 1988년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반려동물 시장 '붐'이 생겼고, 그 당시 지금의 시장을 형성한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 브랜드다. 그러나 현재 오에스피(OSP), 하림펫푸드 등 국내 대규모 펫사료 전문 회사들이 속속히 생기면서 고급 사료들이 생산되고 있고, 소비자의 기대에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외국 브랜드 사료와 비교해도 품질·기호성·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손색없는 제품들이 많다. 그러나 사료는 소비재임으로 '브랜드 빌딩(Brand Building)'의 시간이 필요하다.
- 국내 펫푸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고려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 법·제도의 정비와 유통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아울러, 원료 공급망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우선 펫푸드 관련 제도를 보면 새로운 펫푸드 트렌드를 따라오지 못해 정부가 계속해서 예외 조항을 만들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본이나 중국처럼 펫푸드를 따로 관리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반려인들의 주식인 양축용 배합사료와 달리 간식처럼 테크놀로지, 디자인 등 지금의 펫푸드가 너무나 다양해졌기 때문에 기존의 펫사료 제도를 똑같이 적용하게 되면 애매한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펫사료 제도를 산업동물로부터 분리해야 된다.
또한, 한국은 펫푸드의 주재료인 곡물과 고기 생산 자체가 저조한 나라이기 때문에 원료 공급망도 부실하다. 펫푸드의 경쟁력은 결국 품질과 가격이 균형을 이뤄야 생기는데, 국내에서는 이미 자체적인 생산이 어려워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국내 펫사료 시장에 맞게끔 좋은 원료를 위해 수입을 완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매뉴팩처링'을 잘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금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국내 유통 시장은 수직 계열화돼있어 대기업이 자체 생산한 뒤 대기업의 유통 업체로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 전문 업체가 많지도 않고, 소규모 유통업체를 통해서 (사료를) 팔아야 된다. 당연히 낮은 효율성과 높은 비용 때문에 마진율도 비례하게 높아져 아직까지는 국내 유통 업체가 대형화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 국산 사료는 별도의 영양기준이 없어 '영양 가이드라인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이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소비자의 경우 누군가가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그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소비하면 딘다. 특히나 반려동물은 주식인 사료만 주는 경우가 많아서 사료에 반려동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다 들어가야 한다. 미국 사료관리협회(AAFCO · Association of American Feeding Control Officials)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영양소 기준치을 토대로 반려동물의 라이프 스테이지(Life stage)에 맞춰 필요한 영양 기준에 맞게끔 국내 사료업체들이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펫푸드 문화 자체가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AAFCO의 통용되는 국제 기준을 준용해서 표기하고 있다. 우리 협회는 AAFCO 기준을 바탕으로 여러 펫푸드 업체가 제조할 수 있도록 힘 쓰고 있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반려인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려동물의 영양 불균형과 결핍을 가져오는 위험 또한 막기 위해서 '완전식' 판별이 중요하지 유기농과 GMO(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 등은 부차적인 (반려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 최근 논란이 된 '사료 無방부제 표기'에 대한 생각은?
▲ 해당 논란은 합성보존료를 사용했지만 '무 방부제'라고 표기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펫푸드는 100%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생산부터 소비자의 손으로 들어갈 때까지 가장 중요한 '신선도'가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곰팡이 부식과 산화 방지를 막기 위해 방부제와 항산화제가 필요하고, 정부도 쓸 수 있는 양을 사전에 규정했놨다. 특히 방부제는 펫푸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식품업계에서 (방부제를) 사용했는데 사용하지 않았다고 표기를 안 하는 건 용납이 안되는 일이다.
- 앞으로 한국펫사료협회의 포부는?
▲ 우리 협회가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산업군을 대표하는 협회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가 하는 산업은 정말 다양한 영역에 걸쳐져 있다보니 고려해야될 사항도 많고 단순하지 않다. 특히나 펫 산업은 사람의 정서를 건드리는 부분이 크다.
현대인이 갖고 있는 문제는 누군가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수용감'이 부족해서 결핍을 느낀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무조건적인 수용을 받기 어려운 시대에 돌입한 이 시점에서 반려동물은 내 옆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붓는다. 반려동물 덕분에 100명 중 1명은 싸우지만, 나머지 99명은 친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반려동물이 주는 무한한 사랑·수용감·효용감을 만들어주는 좋은 영역의 사업을 아주 멋지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