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진료권 독립권 쟁취 절실…동물학대도 개선될 것"
"농장전담 수의사 없어…거점 농장동물병원 설치 필요"
"부산대 수의대 신설, 총장 정치적 공약들 중 하나일뿐"
"동물 진료비 부가세 폐지하고 예방접종에 지원해야"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수의사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수아 인턴기자]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수의사회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수아 인턴기자] 

[한국농어촌방송=조수아 인턴기자] "대한민국 수의사, 허주형이 지킵니다." 

지난 13일 치러진 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한국농어촌방송은 지난 26일 '첫 직선제' 타이틀을 거머쥔 허 회장과 만나 당선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반려동물 주요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허 회장은 반려동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문제점 부터 꼬집었습니다. 그는 "농식품부는 질병이 발생하면 대규모 살처분을 바로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반려동물 부서가 따로 독립이 되거나, 정 안되면 보건복지부나 환경부처럼 하나의 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도저도 어려우면, 동물질병관리청을 신설해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관리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농식품부 내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력이 매우 적고 여러 일들을 도맡아 하니, 지금도 뭐가 뭔지 잘 모를 것"이라며 "반려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가 이미 사람과도 비슷해지고 있는데 농식품부는 이걸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허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공직수의사 처우 개선 ▲반려동물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농장동물 진료호나경 개선을 위한 거점 동물병원 설치 및 진료권쟁치특별위원회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다음은 허주형 회장과의 일문일답.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수의사회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수아 인턴기자]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수의사회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수아 인턴기자] 

- 재선 도전에 성공했다. 소감은? 

▲ 대한수의사회와 같은 의료단체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되고 나서 연임이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수의사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하고 나서 느낀 것은 수의사회 회원들이 저에게 염원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향후 3년간 회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 바라고 있는 것들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헤쳐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임상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들은 이전부터 ‘임상수의사의 동물진료권 독립’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현재도 진행 중인 과정인데, 동물진료권이 독립되어야 우리나라의 동물권이 존중되고 동물 학대도 차차 사라질 것이다. 

- 선거 기간 '정통 수의사의 길'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는데 무슨 뜻인가? 

▲ 물론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다 수의사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수의사의 길을 밟아온 사람이 있는 한편, 비정상적인 길을 밟아온 사람도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복수 전공 등을 통해 수의사가 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그분들과 차별성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실제 메인 슬로건은 ‘대한민국 수의사, 허주형이 지킵니다’이다. 

- 주요 선거 공약을 소개하자면? 

▲ 동물 의료가 사람 의료 수준만큼이나 발전하다 보니 제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부분은 반려동물 문화다. 반려동물은 이미 사람으로 준하는 수준이고 나아가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방사선 기기 등으로 암 치료를 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국가의 동물의료 인식 수준에서는 아직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동물병원 의료진들이 아직도 농식품부 등 정부 부서 내에 속해있지 않다는 소리다. 사람 대상 의료법의 경우, 폭력 등 단호하게 법적으로 보호받게 돼 있는데 동물은 법적 보호가 대체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동물의료진에 대한 보호도 함께 안 되고 있는데, 그래서 ‘공직수의사 처우 개선’을 첫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가축전염병이 많이 확산하면서 과거 수의과대학 학부 시절 전공책에서만 보던 질환들이 대거 들어왔다. 지금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어디선가 돼지나 닭 등을 살처분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컨트롤하는 농장전담 수의사가 없다. 부족한 농장전담 수의사를 배출하고, 농장 거점의 동물병원을 설립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진행될 수 있도록 ‘거점 농장동물병원 설치’ 공약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동물 주무부서인 농림부의 체계들을 일원화 시켜 동물보호국을 설립한다든지, 동물질병관리청을 독립적 기관으로 구성해 전문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정부 내 동물의료전담조직 및 일원화 추진’을 내세웠다. 

- 최영민 후보의 공약들 중 눈길이 갔던 것은? 

▲ 최영민 회장은 오랫동안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했다. 그래서인지 미디어를 활용해 수의사의 권익을 잡아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부분은 충분히 검토해볼만하다. 그렇지만 미디어를 통한 홍보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좀 더 연구해서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 

- 지난 임기 3년 동안의 성과는? 

▲ 제 26대 회장 재임 시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임식도 없이 바로 행정업무를 시작했다. 재임 기간 동안 동물약국에서 동물용 백신 및 항제 등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백신과 항생제, 항균제를 약국에서 마음껏 살 수 있는 나라였는데, 그러한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동물들이 약품 오남용에 더 신음하게 됐다. 2011년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된 후 항생제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번 판매 금지령을 통해 동물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라에 한 단계 더 도약했다고 생각해 보람을 느낀다. 

- 2024년 아시아수의사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 지난 2017년 세계수의사대회를 인천 송도에 유치시켜 전 세계 51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등 성공리에 행사를 마쳤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제22회 아시아수의사대회에 참석해 태국수의사회와 경쟁 끝에 2024년 대전광역시 유치에 성공했다. 

아시아수의사대회 유치의 의미는 단순히 국내 반려동물 산업만 성장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저명한 교수진들과 연구진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 수도 있고, 수의사들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인적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한마디로 동물의료 기술과 동물방역을 강화해 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지난해 부산대학교 수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할 정도로 강하게 반대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수의과대학을 만들려면 약 1500억원 규모의 국가적 비용이 들어간다. 학생 40명에 교수 30명을 채용해야 하는데, 그런 비용을 무시하고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대학교는 지난해 기준 3년간 3천여 명의 학생이 자퇴했다. 1년에 1천명씩 자퇴했다는 의미인데 이런 상황에서 단지 인기 학과라고 해서 신설하는 문제가 있다. 부산대 수의대 신설은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정치적 공약들 중 하나였지 수의사 환경을 고려하고 만든 공약이 결코 아니다. 

구체적으로 한 해 국내에서 의사만 1100여 명 정도 배출되고, 그들 중 수의사만 7백여 명이다. 전체 인구 3억명이 넘는 미국의 경우, 수의과대학이 30개 정도 되는데 한국은 10개 정도다. 현재 수의사 면허증을 발급받았지만, 수의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대략 3천명 정도 된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를 생각해서라도 추진을 단행하는 것은 잘못됐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1500억원을 다른 부산 거점 대학들에 분배해 투자할 수도 있는데 단지 한 학과에 몰리게 만드는 것은 구가 불균형만 더욱 심화할 것이고, 결국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 국내 수의사계가 처한 환경은? 

▲ 우리나라 반려동물 분야가 급속히 발전하다 보니 외국에 비해서 국내 수의사 수도, 반려동물 진료가격(수가)도 상대적으로 작다. 수가가 적으면 의료보험 혜택에도 불편이 생긴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국내 (반려동물) 의료보험 가입률이 굉장히 저조하다. 왜냐면 일반적 기초 수가도 낮은 편이고 진료비가 싼 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체로 동물진료비가 비싸다고 느끼지 않나. 나도 1년에 한두 번 병원에 갈까말까한데 한 달에 50만원을 건강보험료로 지출한다. 사람이 받는 만큼의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선 월 7만원 이상만 내면된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진료비에는 부가세가 붙는다. 동물 진료비 부가세는 1년에 1천억원 이상인데 국가 차원에서 그 부가세를 반려동물 기초 및 예방접종에 지원해 준다면 좋지 않겠나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국가가 공적자금을 반려동물 예방접종 지원에 투입해준다면 동물 질병 발생률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 현재 수의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 중 가장 중요한 현안은? 

▲ 대한수의사회가 맡은 일들이 너무 많다. 우선 반려동물 및 농장동물 의료, 야생동물 보호, 바이오산업 등 정리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의 경우 국내 수의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줘야 한다. 우리가 도맡아 하는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 빨리 해결하고 싶으나 현재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7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15명으로 2배 정도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편이고 궁극적으로 수의사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수의사법은 누더기식 개정으로 바꾸다 보니 누더기 법안이 됐다. 동물의료와 관련한 법률로 이름을 변경해 수의사법을 전체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한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동물 질환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수의사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 인천시수의사회장을 9년 동안 맡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 동물 안락사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인천시수의사회 회장이었을 당시 유기동물보호소를 만들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안락사를 지양하는 보호소였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많은 아이들을 순차적으로 안락사를 시킨다고 들었다. 수의사회에서 동물보호소를 만드는 일 자체가 굉장히 어렵기도 한데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일부 동물보호단체 행위에 굉장히 실망하기도 했다. 일부 보호단체들은 한순간, 한 장면만 보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 지적하거나 고발하기도 했다. 그건 인력난을 겪는 열악한 보호소를 더 열악하게 만든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보호단체의 과한 만행 때문에 보호소 관리자가 죄책감에  자살했던 사건도 있지 않았나. 보호소가 열악하면 사료를 보내주거나 봉사자를 모집해 지원하는 등 방법이 많은데 과한 비방과 허위사실로 인해 마치 동물로 돈벌이한다는 생긱이 들 정도였다. 

- 그럼 안락사에 대한 생각은? 

▲ 안락사 처분 결정 권한이 과연 누구한테 있냐고 물으면, 바로 동물한테 있다고 답한다. 수의사인 나조차도, 보호자도, 정부도 없는 권한이다. 안락사는 정말 최소한으로 시행해야 하는 일이다. 노령 반려동물이 치료를 못 받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행한다. 정부의 동물보호소는 입소한 뒤 20일이 지나도록 입양 문의가 없으면 바로 안락사시키는데, 이 법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수의사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 

▲ 세계수의사회 아태지역집행이사를 담당하면서 반려동물, 농장동물, 바이오산업 이렇게 세 가지 분야에 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려동물의 경우 국제적으로 감염병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이 여전히 필요하다. 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 외국의 한 수의사이고,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국내 수의사가 만들어 전 세계에 약 4억개 이상 공급한 것으로 안다. 이 경우처럼 전염병에 수의사들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의논해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수의사들도 연구 분야에서는 노벨 문학상의 문턱까지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미래 먹거리를 생각하면 백신, 바이오산업이 아주 각광받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도 수의사들을 위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 대한수의사회장 '허주형'의 목표는? 

▲ 앞으로 3년 동안 대한수의사회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하고, 직원들도 20명 정도는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연 매출도 100억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외적인 목표는 동물진료권을 완전히 확보해 무의미한 살처분을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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