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방송=오진희 기자]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이 한국유교문화와 국학의 진흥을 통해 일류문화국가를 구현하겠다는 목표 하에 "우리 정신문화인 유교를 계승하면서도 현대화하고 세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한국에 잠들어 있는 유교문화유산을 다시 일깨우고 미래유산으로 발전시키고자 유교문화의 산실 충남 논산시에 건립됐습니다. 2022년 10월에 개원했으며, 총 대지면적 38,000㎡ 규모의 공간에는 한옥 연수원, 전시관, 체험공간과 유물관리실, 학술연구장, 도서관 등이 마련돼있습니다.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은 지난 7일 한국농어촌방송과의 대면 인터뷰에서 "유교는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전통 유교문화를 그대로 답습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좋은 것은 드러내고 나쁜 것은 버리며 현대식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유교의 현대화를 넘어 세계화에 대한 포부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충청권에 유교문화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예학서를 DB화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전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정 원장은 충남도 기획조정실장, 행정안전부 대변인과 기획조정실장, 행정자치부 차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2달째다. 초대원장으로서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작년 10월 1일 개원했으며, 제가 영광스럽게도 12월에 초대원장으로 부임했다.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하 한유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만들고,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션과 비전, 전략 목표를 정립했다.

한유진의 미션은 한국유교문화와 국학의 진흥을 통한 일류문화국가 구현이다. 이를 위해 한유진은 연구 진흥의 글로컬 지식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이 한유진의 미션과 가치를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고 있어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 작년 10월 개원으로 모르는 분들이 많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지난해 10월 기호유학의 본향인 논산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유교 유학 관련 전문 공공기관이다. 우리 기관은 한국유교문화의 가치를 조명하여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전시, 교육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우리 유교문화, 왜 중요한가?

▲ 사람들은 흔히 유교 문화를 옛것이고 고리타분한 것이라 여겨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 속에는 유교 문화의 정신이 있다. 어른을 보고 인사해야지 하는 마음, 지하철에서 어르신께 자리를 비켜드리지 못했을 때의 불편한 마음이 그것이다.

문화는 어떤 인간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생활방식과 가치의 체계이다. 똑같은 외부 자극을 받더라도 집단 구성원마다 반응이 다른 것은 결국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이나 지식, 가치, 신앙의 체계 즉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반응 차이를 보자. 외국의 경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지만, 한국 사람들은 국민 스스로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이는 관계와 예절을 중시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교 문화의 전통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보면 유교는 한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설명하는 중요한 문화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문화인 유교를 재조명해 왜곡된 가치를 바로잡고 좋은 것은 드러내어 대중과 세계에 적극 알리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7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하는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지난 7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하는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 유교문화 진흥을 위해 어떤 콘텐츠 구상하고 있나?

▲ 공무원 교육, 예학 현대화 및 세계화, 국학 진흥 세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우리 행동 양식 중 하나는 공과 사가 충돌할 때 공적 이익을 더 중시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유교의 수기치인(修己治人)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유진은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수기치인의 삶을 사는 선비가 되었으면 한다.

유교에서 강조한 공직자의 청렴관이나 국가관, 공직관을 바탕으로 공무원 교육·연수사업을 우선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올바른 공직가치와 공직윤리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며, 올해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예학과 관련해선 예절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설 차례상 간소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통상 어렵고 힘든 것으로 생각하는 유교의 상례, 제례를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전국에 소재한 예학 문헌을 조사, 번역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한국 예학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대중과 공유함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해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충청지역에 산재한 민간기록자료를 발굴·수집·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해 국학 진흥을 도모하겠다. 우리 한유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충청권 거점 국학진흥기관이다. 기증·기탁된 유물은 우리 같은 국학기관에 큰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한유진에 확보된 유물은 28,000여 건이며, 올해 1만 점 이상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집된 민간기록자료 또한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해 국민과 공유하고 다양한 연구·전시·교육·홍보 사업에 활용하고자 한다.

- 진흥원 정체성으로 ‘한국유교문화와 국학의 글로컬 지식플랫폼’을 정립했다. 왜 플랫폼이어야 하는가?

▲ 플랫폼이라는 기능적 정체성은 한유진의 위상을 결정한다. 한유진이 사람과 정보, 자료가 모여들어 협업하는 공간으로서의 플랫폼적 기능을 한다는 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유교문화와 국학의 대중화 플랫폼, 세계화 플랫폼, 산업화 플랫폼, 문화콘텐츠 플랫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 단계에서 유교문화의 진흥은 전국적으로, 국학 자료의 발굴·수집·보전은 충청권에 초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대중화·세계화·산업화·콘텐츠 플랫폼의 구축과 관련된 모든 활동은 공간적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다.

한유진의 법적 위상은 충남도이지만 플랫폼적 기능을 통해 활동의 위상은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기관이 될 것이다.

- 4대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계획을 소개하자면?

▲ 시대를 아우르는 대중화를 구축하기 위해 알기 쉽고 재미있는 유교 문화와 국학을 만들 것이다.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전통인문콘텐츠를 개발 보급하고 서원, 향교 등과 연계해 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다. 어려운 한자로 설명하지 않고 대중적 요구와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겠다.

‘가례집람’, ‘의례문답’ 등 충청권 예서의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 세계로 통하는 유교문화와 국학의 세계화를 이루겠다. 국내외 연구 및 교류협력 네트워크를 내실화하고 이들 기관들이 함께하는 국제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주요 기록물은 영문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민간 기록유산의 수집과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또한 발굴·수집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관광산업과 연계해 산업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충청권에 유교문화 관광단지도 만들 것이다. 논산에 유교문화와 생태환경이 어우러지는 ‘K-유교 에코뮤지엄’을 조성하고, 탑정호와 주변의 서원, 향교 등을 연계해 유교문화 연수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 또한 해볼 만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전통문화콘텐츠를 확보해야 앞서 말한 대중화, 세계화, 산업화에 활용할 수 있다. 충청 유교 기록자원의 수집 및 번역, 충청 국학자료의 발굴·정리·번역 및 디지털 아카이브의 구축은 문화부의 국비를 최대한 확보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충청의 종가 문화를 발굴, 육성하는 것 역시 문화콘텐츠 확보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 사업비 30억원을 확보했다. 중점 추진할 사업과 그 기대 효과는?

▲ 한유진은 앞서 언급한 민간 소장 국학자료 조사·보존·연구, 예학서에 대한 종합적 번역과 DB활용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추진해 국정과제인 ‘국민 생활 속 인문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 초년도 30억 원에서 시작해 50억, 100억 원까지 확보해나갈 것이다.

전통을 활용한 문화콘텐츠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일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콘텐츠 육성기관과 관광산업기관 및 다양한 경제단체 간 산학연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도내 및 중앙정부,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을 추진한다면 전통문화의 창달과 함께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각오와 함께 국민들께 신년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 전 직원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지닐 수 있도록 행복한 직장을 만들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K-유교의 세계화와 대중화, 산업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유교문화 전문기관의 역할을 하도록 이끌 것이다.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을 맞이하여 여러분들 가정에 언제나 풍요로움이 깃들기를 바란다. 아울러 올 한 해 어떠한 어려움도 검은 토끼처럼 지혜롭게 이겨내시어, 한 단계 성장하는 2023년이 되시길 기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우리 기관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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