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의 늪'에 빠진 미술계를 향한 일갈
미술을 사랑하는 방법,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들

 

[한국농어촌방송=오두환 기자] 미술이란 무엇일까? 미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도서 ‘미술 커뮤니케이션...기술의 발전 예술의 몰락’의 저자 기국간은 순수회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석·박사를 거친 독특한 학업과정을 거쳤으며 인쇄잡지, PC통신, 인터넷포털, IPTV 및 종이신문, 종합편성방송에 근무했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니다.

다양한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양대학교, 중앙대학교, 동국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 강의를 지속하며 현재 국방부 국방홍보원(국방일보 편집인)에 근무 중입니다.

저자는 평소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하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주로 산업적 측면에서 연구해 왔으나, 이 책을 통해 미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소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함의를 논의하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미술을 모른다”며 “우리는 도대체 그것이 ‘미술’인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술에 대한 ‘무지(無知)’는 일반적인 학습과정과 달리 ‘앎’을 추동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름’에도 부끄럽지 않은, ‘수동적이며 당당한 무지’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는 방식'은 가치관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의되는데 미술에 대한 ‘무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저자는 “우리는 이제 미술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산되는 메시지의 해석은 물론 예술과 비예술의 구분조차 불가능한 ‘무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창작자들은 이런 ‘무지’, 그리고 ‘무지’에 따르는 ‘예술’의 거룩한 권위를 이용하며 우리를 마음껏 우롱할 특혜를 받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미술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학자들이 넘친다”며 일갈했습니다.

그는 “미술관계자들 대부분은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어법을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지적 모욕감을 주거나 당혹스럽게 하는 데 능숙하다. 그들은 오래된 지식을 자기들만의 언어로 경쟁하듯 작품과 관계없이 쓸데없는 개념을 주고받으며 허세를 부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현령비현령의 숱하게 다뤄진 인기 많은 사회적 담론은, 그들의 비판의식을 자극하고, 서로 형이상학적인 말과 글로 물어뜯으며 그것이 마치 범상치 않은 천재들의 고차원적 토론이라 뻐긴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미술계의 행태에 대해 저자는 “허위의 늪에 빠져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차피 ’본다’는 감각적 행위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동시대 미술은 결국 화려하고 모호한 말과 글로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듯 허위의 늪에 빠져있다”며 “미술을 치장하는 헛소리들로 인해 미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수용자 대중은 미술을 모른다고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람들과 아는 척 으스대는 고급문화예술의 향유자들로 구분되었고 결국 모두가 온통 ‘무지’로 뒤덮인 이상한 세계를 건설하고야 말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저자는 ‘허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에겐 당장, ‘무지’를 바탕으로 한 ‘창의’만이 필요하다. 예술을 이해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하나의 절대적인 객관적 지식이 아니다”라며 “ 무수히 많은 주관의 공존이 필요하다.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지’의 상태에서 멈춰버린다면 다양한 창의적 주관은 사라지고, 지금처럼 객관을 가장한 오래된 ‘지식’으로 포장된 ‘미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미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창의적 시각이다. 기술에 기대어 자신의 시각을 잃어버린 대중의 ‘무지’는 예술을 잃어버리고 해괴망측한 신화로 남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우리의 ‘무지’를 해결할 ‘정답’은 없다. 기술은 결코 미술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동시대 미술의 ‘무지’는 당연하다. 다만, 각각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의 통찰, 관찰,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용기’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메시지 생산과 수신자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출판사 박영사, 지은이 기국간, 페이지 288쪽, 가격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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