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들판에 나서면 쑥을 캐느라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모두 가족에게 봄의 싱그러움을 안겨줄 생각으로 무릎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쑥만큼 우리나라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한 봄나물은 없습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웅녀가 되기 위해 먹었던 것이 쑥이었습니다. 여름철 피우던 모깃불의 재료도, 한의원에서 뜸을 뜨는 약재도 모두 쑥입니다.
랩소디가 민족의 서사적 음악이라고 한다면 쑥이야말로 랩소디의 소재가 될 만합니다. 봄철 어린 쑥은 질감이 보드라울 뿐 아니라 향긋한 향과 함께 쌉싸름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입니다.
특히, 쑥은 봄에 뼈가 연해지는 도다리와 찰떡궁합입니다. 도다리를 자작하게 물을 부어 끓이다가 된장으로 간을 하고 깨끗하게 씻은 쑥을 넣어 숨이 죽을 때쯤 그릇에 담아내면 도다리의 기름과 쑥의 향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감칠맛을 만들어 냅니다.
쑥에 젓가락을 담갔다 들면 흐를 정도의 묽은 밀가루 반죽을 묻혀 튀기면 고소한 맛과 쑥의 향, 바삭한 식감까지 어우러져 별미 중 별미입니다.
옛 봄철 방앗간에는 쑥을 뜯어와 쑥떡 쪄지는 것을 기다리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양식이 부족했던 시절, 쑥을 구황작물로 먹었다곤 하지만 요즘에는 향긋한 건강식으로 쑥떡을 먹습니다.
쑥은 생명력이 매우 강합니다. 쑥이 퍼지기 시작하면 온 들판을 뒤덮습니다. 쑥은 자리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특이한 향과 약효를 가지게 되는데 덕분에 해충이나 다른 잡초를 이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는 쑥을 섭취함으로써 사람들도 건강을 되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쑥은 주로 여성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궁을 건강하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 면역력을 높여주고, 입맛을 돌아오게 합니다.
여성의 자궁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취약한데, 쑥이 면역력을 키워주어 자궁을 보호해 줍니다. 또, 쑥의 쌉싸름한 맛은 침샘을 자극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 줍니다.
쑥은 우리나라 땅 어디에서도 잘 자랍니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자란 쑥은 식용으로는 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쑥에 아스팔트 먼지가 내려앉으면 쑥의 솜털과 아스팔트의 기름 성분이 엉겨 붙어 물로 씻어도 쉽게 씻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칼럼은 평택 자연방한의원 조성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