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를 넉넉히 넣고 얼음을 동동 띄워 먹는 오이냉국은 여름의 별미입니다. 오이의 찬 성질이 더위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풍부한 비타민C가 더위에 지친 피부에 활력을 더해줍니다.
오이는 어른의 채소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오이보다는 단 참외나 수박을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원하고 쌉쌀한 맛이 감도는 오이가 좋아집니다.
여름철 오이에 된장을 듬뿍 찍어서 한입 베어 물면 오이의 향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잘 어울립니다. 이 또한 어릴 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맛입니다.
덩굴식물인 오이는 좁은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오이순이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 오이를 주렁주렁 매달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흥부네가 박을 지붕 위에서 길렀듯 아마도 좁은 텃밭에서 길러서 여름 반찬으로 쓰기에 오이만큼 효율적인 작물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오이를 절여 고춧가루에 무친 부추로 속을 넣은 오이소박이, 소금에 절여 노르스름하게 삭힌 오이지, 얇게 썬 오이를 데쳐 참기름에 무쳐 낸 오이나물, 늙은 오이를 고추장과 식초에 무친 노각무침 등 여름 식탁 위에는 오이를 주재료로 한 반찬이 많습니다. 그리고 더운 날 먹는 냉채나 냉면, 콩국수 등에도 오이는 단골 고명입니다.
오이는 인도가 원산지인데 더운 기후에서 잘 자라고 더위를 이기게 해주는 효과 덕분에 중국 남부 지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많이 섭취합니다. 한 번은 말레이시아 가정집을 방문했는데 오이순을 기름에 볶아 반찬으로 내놓아 우리나라에서 호박잎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남부지역에서는 생 오이를 칼등으로 내리쳐 약간 으깨듯 잘라 식초와 마라 계열의 향신료로 양념을 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 건강에 오이가 좋은 이유는 오이가 수분과 칼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된장을 단백질 공급원으로 섭취했는데 오이와 함께 먹으면 오이의 칼륨이 된장의 과도한 염분으로 인한 부종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에도 염분의 과다 섭취가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오이를 섭취하면 도움이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당뇨병이 많아지며 혈당 강하에 효과가 있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뇨에는 여주가 효과가 있는데 그와 비슷하게 생긴 오이도 당뇨에 효과가 있습니다. 오이와 여주 모두 덩굴성 박과 식물로, 박과 식물이 주로 당뇨에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수박과 참외도 박과 식물이므로 당뇨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완전히 익어서 달아진 상태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식물 입장에서 보면 늙어서 혈당이 높아진 상태가 완전히 익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맛을 생각하면 잘 익은 수박, 참외가 좋겠지만 많이 섭취하면 결국에는 당뇨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에 효과가 있으려면 익지 않았을 때 섭취해야 하는데 오이는 주로 익지 않은 상태에서 섭취를 하므로 효과가 좋습니다.
올여름이 어느 해보다 무더울 것 같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출하돼 가격이 싼 오이를 많이 섭취한다면 건강도 챙기고 농촌 경제도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칼럼은 평택 자연방한의원 조성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